캐나다 밴쿠버까지 10시간, 돌아오는 데 11시간 여정. 그래서 책을 몇 권 챙겼다.
꽤 오래 전에 사서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던 김중혁의 《뭐라도 되겠지》
왠지 여행에 어울릴 것 같은 제목인, 현경&김수진의《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
혹시 공부가 될까 하여 챙긴 〈모심과살림〉 12호(2018년 하반기)
그러나 정작 밴쿠버행 비행기에서는 핸폰으로 이북을 읽었다.
로맨스판타지 소설인 Nigudal의 《에이미의 우울》
완전 재미있음! 주인공 에이미의 캐릭터도 독특하고, 소설 본문이 에이미가 소꿉친구인 천재 레슬리와 주고받는 편지 형식인 것도 재미있다.편지글로 전혀 어색하지 않게 악당과 괴물이 등장하고 마법과 고대유적과 귀족들의 치사한 암투로 이어지는 모험담을 그려내는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 편지글 형식으로 이렇게 자연스럽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글은 처음이다. 또 장르문학에 별로 조예가 없지만 그나마 이제껏 읽어온 소설 주인공 가운데 에이미가 제일 재미있다. 어쩌면 로맨스판타지라기에는 로맨스 지분은 주인공 대신 의붓여동생 바이올라가 맡고 있지만, 오히려 로맨스에 시큰둥한 에이미가 귀엽다. 어찌 보면 본격 로맨스도, 본격 판타지도 아니라서, 취향을 꽤 탈 것 같은 소설이다.
인천행 비행기에서는 쟁여두었던 《뭐라도 되겠지》를 완독. 김중혁 작가의 산문을 몇 편 보기는 했지만, 책으로 본격 독서는 처음이라 기대가 컸는데, 뭐랄까, 재미있는 글과 재미없는 글의 편차가 커서 조금 당황했다. 왜 그런가 하고 되짚어보니, 나는 생활감이 너무 강한 글은 안 좋아하는 것 같다. "명절마다 고향에 내려가서 동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같은 소재의 글은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는 것이다. 그래서 문장은 좋지만 글에 대한 느낌은 편편마다 달랐는데 취향을 꼽자면 30% 정도였던 것 같다. 집에 김중혁 작가의 산문집이 하나 더 있는데 이번 주말에 마저 읽어볼까 생각중. 제목은 《모든 게 노래》.
그리고 나서 다시 이북 Nigudal의 《Trip!》을 읽었다.
에이미의 우울에 비하면 훨씬 짧은 소설인데, 굳이 분류하면 BL판타지지만 Love가 없다. 삼총사 풍의 책속으로 차원이동한 주인공 잭이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이야기인데, 에이미의 우울처럼 주인공은 연애쪽으로는 눈치가 없고 다른 등장인물들은 어쩐지 우정 이상의 새콤달콤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분위기다. 등장인물마다 클리셰인듯 하면서도 귀엽고 이야기도 모두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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