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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영 서로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나무에게 배운다


책을 만드는 게 업인 사람에게 나무는 각별하다. 그러니 제목이 눈길을 끈다. 이쪽의 나무는 집을 짓는 나무이지만. 출발이 독특한 상추쌈 출판사에서 새로 나온 책이라 기대가 컸다. 이미 한국에서 출간됐던 책이라는데 이전에는 읽어보지 못했다. 그 출판사가 문을 닫게 되어, 그전부터 이 책을 아끼던 상추쌈에서 새로 계약하여 내게 되었다기에 대체 어떤 책인가 궁금했다.

앞부분에서 일본의 궁궐목수가 대를 이어 짓고 관리하는 건물과, 그 건물의 재료가 되는 나무와 맺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은 특별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백 년 먹은 나무로 짓는 집은 이백 년은 가야하고, 천 년 나무로는 천 년 집을 지어야 한다는 이야기. 아, 그렇구나, 그러네.

거기까지였다. 나는 신의 건물에 별 관심이 없고, 봉건적인 공동체는 더욱 불편하다. 또, 오직 장인으로서의 삶에 모든 걸 바친 구술자가, 살갑지도 않고 직업을 물려줄 것도 아니라면 왜 굳이 가정을 꾸려 자식들을 낳았는가도 의문이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구술자의 인생 전체를 평하면 안 되겠지만, 그 대목이 불편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호류지의 마지막 대목수'의, 사라져가는 존재의 쓸쓸한 기록인 셈이다. 그의 세계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서로 다른 보통 사람들이 보통으로 살아가는 세계가 좋다. 삶은 적당히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영원이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인류는 곧 망하지 싶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불완전한 채, 각자 실은 허무맹랑한 꿈과 목표를 안고 제멋대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조금만 더 평화롭게 조금만 더 행복하게 살면 좋겠지만.


나무에게 배운다 - 6점
니시오카 쓰네카즈 구술, 시오노 요네마쓰 엮음, 최성현 옮김/상추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