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책방 오늘에서 산 책. 지난번에 책방 이야기만 하다가 책 이야기를 못했다.
여행 가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하지만, 솔직히 또 생각해 보면 여행을 별로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일상에서 떨어지고 싶을 때 여행가고 싶다고 중얼댄다. 그러나 일상을 또 싫어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나는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않고 집에 혼자 누워 있는 걸 좋아한다. 그러니까 일하기 싫은 게다. 그럴 때 아 여행가고 싶다 하고 습관적으로 중얼거린다.
김연수 작가의 산문을 좋아한다. 소설보다 더 좋아한다. 나는 픽션을 읽을 때 왠지 자꾸 길을 잃고 헤매기 일쑤라 자신의 생각이나 삶이 드러나 진짜 현실이라는 느낌의 글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또 너무 개인의 깊숙한 사생활이나 가혹한 현실은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내가 보기 싫은 어떤 면을 발견해 버릴까봐 그렇다. 김연수 작가의 글은 미묘한 그런 경계에 있어서 좋아하는 것 같다. 되게 이기적인 글 읽기네, 하고 새삼 깨닫는다. 어쩔 수 없다. 나는 내가 싫어하는 타인의 어떤 면을 선명하게 알아채는 게 불쾌하다. 그래서 요즘은 사람을 사귀는 것도 참 어렵다. 그리고 아마도, 거울처럼, 내 싫은 면을 스스로 선명하게 깨닫는 것도 꺼리는 거 같다.
이 여행집은 여행잡지에 게재된 산문을 모은 것이다. 그래서 하나하나가 짧고 거기에서 끝난다. 어떤 구체적이고 절대적인 정보를 주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그 여행은 매일 같은 사무실로 출근하는 회사원이 휴가를 내어 가는 여행과도 다르다. 한번에 쓴 글이 아니라서 조금씩 결이 다르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건 여행에 대한 작가의 태도 같은 걸까. 그안에 있는 여행들도 조금씩 목적과 전개가 다른 것 같지만, 그래도. 가본 곳이 있다면 느낌이 또 다르겠다. 그런데 어느 한 곳도 내가 가본 곳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다지 여행을 다녀보지 않은 것 같다. 여기 글들은 현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모르는 이야기여서 흥미롭다. 여행지의 이름을 가리고 다른 이름을 넣어도 나는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참 적당한 글 읽기네, 하고 또 깨닫는다.
책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내가 이 책에 대해 뭘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네. 상상했던 여행산문과는 달라서 좀 새롭고, 반면 내가 이전에 느꼈던 이 작가의 친숙함이 느껴져서 편안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는 당분간은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꼭 여행을 가고 싶었던 건 아니야. 그렇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친구가 여행 같이 갈래? 하고 권했고 신이 나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계획이래봤자 중요한 숙소나 차 예약은 다 잊어버리고 어디 가서 뭘 먹을까 이런 거만 생각한다. 나는 이런 사람이었군.
ps. 다시 읽어보니 정말 작가의 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적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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