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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인식과 실천

며칠 전, 상사가 여혐 관련 추천기사 링크를 보내왔다. 기사의 논지와 구성 등이 훌륭하다는 의견과 함께. 지난해 11월경 기사였다. 

기사 링크를 눌러보기 전에 한참 생각했다.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을 했는데 구구절절 늘어놓기 구차하다. 그의 행동이 별로 탄복할 만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나름대로 매우 진지한 고민의 결과였으리라고까지 결론을 지은 다음 기사를 읽어보았다. 
기사를 읽고 나니 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요약하자면 남성 독자들을 위해 정말 애쓴 기사라는 결론을 내렸다. 방대한 성실성을 높이 산다. 

결론은 이것이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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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교과서 외의 철학 공부를 하면서 제일 첫 토론주제는 인식과 실천의 선후문제였다. 지금도 나는 '인식이란 실천으로 완성된다'는 입장인데, 그것을 그즈음 만화가게에서 마주친 선배가 가슴에 달고 있는 정치배지를 보고 깨달았다. 나는 그 입장이 옳고 동의한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부끄러워서 그 배지를 학교 밖에서 달고 다니지 못했다. 
그때 '왜'를 깨달았던 것이다. 내가 인식했다고 여긴 것은 실천으로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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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백만 년 전의 열아홉 때 이야긴데, 옆 학교에 다니던 남자사람친구가 어느날 의기양양하게 내게 물었다. "너 페미니즘이라고 알아?" 지금 많은 사람들이 그러듯이 어떤 불호의 표시가 아니라 '내가 먼저 알게 된 신 사상'을 친구에게 빨리 알려주고 싶은 그런 호의의 표시였다. 이보시게 학생동지, 내가 그래도 좀 신여성이오. 그땐 기가 막혔지만, 어쨌든 둘 다 어렸으니까... 라고 눈감아준다. 

그러나 수년이 흐른 지금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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