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월광의 원형 테이블 무대를 보면 떠오르는 풍경이 있는데.
영화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원제 Les Uns et les Autres)의 마지막 장면이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을 중심으로 1930~1960년대 유럽과 미국의 실존 예술가들 조세핀 베이커, 폰 카라얀, 글렌 밀러, 에디트 피아프, 루돌프 누레예프를 모델로 하여 만들었다는데, 붉은 테이블 위에서 춤추는 이는 루돌프 누레예프가 모델이다. 아주 어렸을 때 TV에서 보았는데, 서양 근현대사에 대해 교과서의 단편적인 지식 외에는 아는 게 거의 없었어서 내용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지만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꼬꼬마 때 카라얀의 사진을 벽에 붙여 놓았었다. 카라얀의 지휘에 협연하는 피아니스트가 될 테야 하는 마음이었던 모양. 그래서 이 영화에서 지휘자의 모델이 카라얀이라고 해서 열심히 봤던 거 같은데, 그가 나치 전범이란 사실을 알게 되어 울면서 사진을 찢...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두고 이 사람이 그런 사람이었지 하고 생각함.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한 뒤 카라얀의 포스터 자리를 차지한 건 토호신기. 이상한 점프다.
유투브에 검색하면 무려 카라얀이 지휘한 라벨의 볼레로 실황영상이 있다. 라벨의 볼레로는, 얄팍한 기억력에 따르면, 중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에도 실려 있던 곡인데, 이 영상을 보면 매우 섬세하고 유려한 느낌을 받게 된다. 메인 선율이 여러 악기들로 거듭 반복되는, 그냥 무심히 들으면 꽤 지루할 수도 있는 곡인가 싶은데, 이 영상은 각 악기들과 지휘자의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 내어, 초보자에게 이 음악이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제대로 느끼도록 거의 완벽하게 설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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