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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 떡볶이와 바나나셰이크

제주 한동리에 사는 S의 제안으로 급 제주행을 결심하였으나, 병원 진료를 빼먹을 수가 없어서 다시 급 포기하고 쓸쓸하게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하였다. 상수동 주민들은 심지어 크리스마스에도 일해야 한다는 무서운 소식을 전했다. J랑 둘이서 떡볶이나 먹자고 만났다. 그렇잖아도 점심 때 에디터C와 함께 커리를 먹으러 가면서 "나는 맛있는 거 하면 떡볶이밖에 안 떠올라요"라고 했는데, 정말 말 그대로 되었네.

홍대앞 마포평생학습관 앞 '또보겠지 떡볶이'에 갔는데 가게가 없어졌다! 이상하다, 여기가 아니었나? 결국 네이버지도로 검색하여 수노래방 맞은편에 있는 곳을 찾아갔다. 국물즉석떡볶이다. 고춧가루와 간장으로 맛을 내고, 진도 파와 밀양 깻잎, 튀기지 않고 구운 어묵 등을 쓰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즉석떡볶이, 또보겠지떡볶이즉석떡볶이, 또보겠지떡볶이


이집에는 떡볶이와 감자튀김만 판다. 다른 튀김이나 어묵탕 같은 건 없다. 만만해 보이지만 꽤 칼칼하니 맵기 때문에 감자튀김을 같이 먹으면 좋다. 세 종류의 소스가 있는데 버터갈릭을 골랐다. 감자 위에 노란색 느끼한 크림 같은 소스가 뿌려 나온다. 떡볶이가 끓어서 이미 먹기 시작했는데 감자가 나와서 사진 찍는 걸 잊어버렸다. 떡볶이를 다 먹은 다음 국물에 날치알볶음밥을 해 먹었다. 맛있다. 나랑 비슷하게 어린이 입맛인 듯한 J도 맛있다고 했다.

떡볶이를 먹고 나와보니 홍대 주변은 아수라장이다. 사람들이 너무 많다. 왠지 우리가 홍대 물을 흐리고 있는 거 같군 하면서 웬만하면 좀 한가한 쪽으로 가서 차나 마시자고 걸었다. 매운 떡볶이 뒤에는 아이스크림인데, 날씨가 너무 춥다.

바람이 점점 추워져서 합정 못미쳐 카페디에어에 들어갔다. 그냥 아이스크림은 없지만 아포가토가 있어서 J는 아포가토, 나는 바나나셰이크를 골랐다. 셰이크에 견과류가 올라가니 혹시나 알러지가 있는 사람은 주의. 디에어의 아포가토는 특이하게 유지방이 적은 거의 셔벗 같은 아이스크림이 나온다. 나는 셔벗을 좋아하니까 더 좋군. 바나나셰이크는 바나나의 풋풋한 맛이 느껴져서 좋았다.


아포가토, 카페디에어아포가토, 카페디에어


바나나셰이크, 카페디에어바나나셰이크, 카페디에어


디에어는 테이블도 크고 자리도 널찍널찍한데 다행히 자리가 좀 있었다. 손님들은 대개 둘둘이라, 우리는 6인석을 차지하고 앉아서 차가운 음료를 홀짝이며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요즘 관용어구처럼 입에 달고 있는 "녹색당에 가입하세요"를 시전해 보았으나 J에게도 통하지 않았다. 혀끝에서 매운 맛은 금세 사라지고 추워졌다. 아무리 매워도 이런 날씨에 찬 음료는 무리야라고 함께 후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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