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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맨스필드 파크

제인 오스틴은 이 소설을 39살(1814년)에 출간했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이라니. 이 책을 읽게된 것은, 얼마 전 누군가 제인 오스틴에 대해 몇 백 년 전이라고 묘사한 부분을 읽은 때문이다. 그렇게 옛날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터라 연도를 확인해보고 깜짝 놀랐다. 유럽과 아시아의 근대화의 속도 차이 등을 생각하면 제인 오스틴의 영국을 그리 옛날로 생각하지 않았던 내 착각에도 변명이 되겠지만.

암튼, 제인 오스틴에 대해서, 나는 할리퀸로맨스의 시조 격이라고 생각하고, <오만과 편견> <설득> <이성과 감성> 등을 읽으면서도 괴상하다고 생각하곤 했다. 남편감-신부감 짝맞추기에 여념이 없고, 어머니들은 취향이 천박하며, 주인공을 비롯하여 다들 성격에 결함이 많다. 그리고 늘 돈이 주제이다. 너무나 대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의 연봉과 여자의 지참금을 따져대기 때문에, 당시 영국의 결혼제도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며, 결국 결혼'제도'란 얼마나 전근대적인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어색하게 자유연애를 덧칠해온 그 이후 부르주아 결혼관의 허상 같은 것들을 깨닫게 되고 마는 것이다. 연애감정이 빠지지는 않지만 그 연애감정이란 여성의 아름다운 외모와 남성의 재산에서 오는 여유에 달려 있다. 가난하면 삶이 힘들고 각박하고 취향이 천박해진다. 부유하다면 너그럽고, 또한 여러 모로 모자라는 다른 식구들까지 잘 살필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그것이 또한 인품을 높여준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만약 시대상을 제법 잘 반영하는 것이라고 하면, 정말 괴이하단 느낌일 수밖에. 그런데도, 여러 작품들이 영국 시대극 로맨스 드라마로 몇 번이나 아름답게 리메이크되는 걸 보면 그 시대로부터 멀리 오지도 않았나보다 싶기도.

암튼 <맨스필드 파크>는 그런 괴이함의 계보를 완전하게 잇고 있다. 자매 셋으로부터 시작하여 그들이 결혼하여 낳은 자식들이 성장한 즈음에 본격적인 막장드라마가 펼쳐진다. 다만 이상하게도, 내가 읽었던 다른 작품들보다 더 많은 연애 상황을 보여주면서, 주인공인 에드먼드와 패니는 그냥 후다닥 끼워 맞춘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로맨스의 달콤한 허상에 대해 제대로 들려주지도 않은 채, 그냥 이 아이들이 가장 낫군, 하면서 결혼으로 결말을 내버리는 느낌이랄까... 지금껏 오스틴의 여러 주인공들이 다소 소극적인 부분이 많았지만, 패니는 그런 면에서는 최고이다. 이모네 집에서 더부살이하며 고생 끝에 아름답게 성장한 소녀가 열렬한 사랑의 실패를 겪은 착한 그 집 아들, 사촌오빠와 결혼하게 된다, 라고 단 한 줄로 결말을 요약할 수 있다. 열 살에 집을 떠나 이모네 집에서 자라면서 스무 살이 가까와지도록 한번도 집에 돌아가 부모와 형제 자매들을 만나지 않는다는 상황도 굉장히 슬픈 기분이 들었는데, 더부살이일지언정 부유한 이모네에 비하여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애정 없는 어머니가 있는 가난한 집이 불편하고 답답하여 안절부절하는 패니의 모습도 비극적이었다.

다 읽고나니 입맛이 쓰다. 좀 더 순진무구한 연애소설을 읽고 싶어졌다.


맨스필드 파크 1
제인 오스틴 지음, 김지숙 옮김/현대문화센터

맨스필드 파크 2
제인 오스틴 지음, 김지숙 옮김/현대문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