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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반성폭력'과 우편물에 대한 추억

반성폭력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반성폭력> 5호(2012년 하반기), 6호(2013년 상반기)가 왔다. 5호가 늦어져서 6호랑 같이 보낸다는 쪽지가 들어 있다. 후원자에게 보내주는 책인데, 1년에 두 번 나오나보다. 한동안 성폭력, 성희롱 문제에 대해 말이 넘치는데 딱히 뭘 해야할지 몰라서, 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회원으로 가입했다. 성폭력생존자들에게 가장 구체적으로 힘이 되어주는 기관이라고 추천받았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가입하니 확인 전화가 왔다. 가입동기를 여쭈어봐도 되느냐, 소식지가 발간되는데 가입 주소지로 우편으로 보내도 되느냐 등을 물어본다.

요즘은 은행에서도 우편물을 이용자에게 선택하도록 한다. 비용과 환경 등의 문제로 온라인 명세서 등을 더 선호하는 듯하다. 한동안은 우편명세서 대신 이메일명세서를 받으면 수수료를 할인해주는 등의 이벤트도 했다.

예전에 어느 작은 정당의 당원으로 가입한 적이 있다. 나이가 좀 어릴 때고 부모님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가입할 때 집으로 우편물을 보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는데, 연말에 떡하니 소포로 당원 선물을 보내온 것이었다. 지금이야 뭐 당원이 대수인가? 그땐 아무튼, 아니 이렇게 나의 의사를 무시하다니 너무 하잖아! 라고 좀 분노했었다. 부모님은 뭐 이런 듣보잡 정당에 가입했는가 하는 반응을 보이는 걸로 끝났다.

느슨하고 아나키한 정체모호한 단체에 가입했던 적이 있는데, 가입할 때 실명이 필요 없었다. 내 실명이 예쁘지 않아서 싫어하기 때문에, 필요없다면 땡큐다. 실명으로 활동하지 않을 거니 등록도 하지 않겠다고 하고 닉넴으로 가입했다. 그런데 얼마 뒤, 나와 꽤 오랜 기간 아는 사이였던 새 회계담당자가 예결산내역을 웹사이트에 공지하면서 회비 수납항목에 내 이름을 가입한 닉넴이 아니라 실명으로 올렸다. 왜 그러는 거죠? 냉혹하게 얘기하자면, '아저씨'의 감각으로는 실명이 아니라 닉넴을 쓰는 심정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왜 그런거냐고 물어봤더니 일부러 닉넴으로 등록해놓은 줄 몰랐다고. 아나키스트들마저 내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않는구나...

어느 선거엔가 진보신당 후보에게 후원금을 낸 적이 있다. 선거법상 당원만 후원금을 낼 수 있다고 하여 하루 한정 당원으로 등록했다. 정당소개 우편물을 보내드릴까요 하고 물어보기에 보내지 말아달라고 했다. 가족들에게 녹색당원으로 인정받은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헷갈리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우편물이 환경적 경제적 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작고 가난하잖아요? 우표값이라도 아껴야... 그런데 얼마 뒤 진보신당이라고 찍힌 서류봉투가 날아왔다. 뭐, 내용물은 꽤 재미있긴 했다. 그렇지만, 보내지 말라고 부탁했고 안 보내겠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지난 달에 갑자기 후원금영수증이 우편으로 왔다. 해가 바뀌고 지금 날아오는 이유가 뭘까? 신청한 적도 없는데. 누군가 종합소득세 신고의 달 5월을 맞이하여 신청했는데 잘못되어 내 것이 날아왔나? 암튼 어머니께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훌렁 뜯어보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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