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공덕시장 전집에서 에디터O, 에디터Y와 만났다. O가 그날 아침 사무실에 도착한 <살림이야기>를 읽다가 생각나서 술 한 잔 하자고 카톡을 보내온 것. O가 에디터Y와 에디터S에게도 연락했는데, S는 마감이어서 다음 기회로.
O는 나의 아픈 손가락이다. 오해로 인한 사고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 때 나는 부서장으로서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 그런 상황이 처음이기도 했고, 나는 매우 미숙했다. 그때 대표는 나에게 "빨리 그만두게 하는 것이 그를 위하는 길이다. 그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지 말아라."라고 했다. 나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른 셈이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한참 뒤에, 일련의 사건을 겪고 편집국이 일괄 사퇴한 뒤에야, O는 그때 대표가 "편집국장을 위해서 빨리 그만두는 게 좋다. 그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지 말아라."라고 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O는 "나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른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의 입장을 고려하여 조용히, 신속하게 그만두었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대표는 우리 둘을 매우 효과적으로 조종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돌이켜보면 내가 미숙하고 무책임했기 때문에 그런 결말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쳐 있었다. 그건 하나의 징조였다. 대표가 사람을 얼마나 사소한 '도구'로 생각하는지 그때 깨달았어야 했다.
아, 지난 술자리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는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그 회사를 그만두고 나름의 길을 모색하며 지금은 각자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다. 좀 웃기지만, 나와 O는 엔지오에서 잡지를 내고, Y는 출판사를 거쳐 다음 달부터는 쇼핑몰의 사회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감히 단언하건데, 우리는 매우 유능하고 매우 건강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그 회사의 경험은 아마도 우리 모두에게 트라우마지만, 조금씩 극복하며 성장할 것이다.
"나는 글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라고 이야기했더니 O는 이미 알고 있었다고 했다. 앗, 들켰구나. 그렇지만 편집장으로서는 좋았다고 했다. O가 짚어준 나의 장점에 대해서 완전히 납득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평가에 감사한다. 다만, 지금은 아직 충분히 극복하지 못하여, 별로 좋은 편집장은 아닌 것 같다. O와 Y는 그 자질이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격려했다. 아마 조금씩 더 잘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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