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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film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프로비셔(벤 위쇼)




클라우드 아틀라스 (2013)

Cloud Atlas 
8.3
감독
앤디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톰 티크베어
출연
톰 행크스, 할 베리, 짐 브로드벤트, 휴고 위빙, 짐 스터게스
정보
SF, 액션 | 미국 | 172 분 | 2013-01-09
글쓴이 평점  


지난 화요일, 드디어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보았다. 신촌 메가박스에서. 워쇼스키 남매를 특별히 좋아한다거나 원작소설이 인상적이었다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었고, 벤 위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서 쭉 보고싶어 하다가, 퇴근 무렵 과중한 업무로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Y가 "영화 보러 가신다면 지금 교정이고 뭐고 전 당장 튀어나갈 준비가 ㅋ"라는 카톡을 보내오자 그만...!

좋은 선택이었다. 꽤 재미있고 다양하여 좋다. 무엇보다 벤 위쇼도 역시 좋았고. 러닝타임 172분이니 굉장히 긴 영화이고 스토리가 복잡하다고 악명이 높기도 한데-다른 한편으로는 6가지 이야기가 중첩되지만 더이상 친절할 수 없는데 왜들 그러지?라는 사람들도 꽤 있다. 디자이너N도 그랬다.- 나는 디자이너N의 의견에 동감. 오히려 마치 수험생용 다이제스트 명작마냥 이야기들이 너무 친절하게 요약압축된 느낌이라 원작소설을 읽고 싶어졌다. 

시대와 공간을 달리하여 별똥별 모양을 점을 지닌 인물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모양인데, 흔히 이야기하듯 '윤회'와는 좀 다른 개념인 듯하다. 이야기의 편집 순서와 상관없이 하나의 시간끈에 순차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아니라, 마치 평행우주의 이야기 같다. 액자인 2321~2346년의 문명 이후 이야기 안에서 마지막 에피소드인 2144년 네오서울의 손미 이야기가 첫 에피소드인 1849년 샌프란시스코의 어윙 이야기로 이어지는 구성을 보면, 이는 인과율과도 또 좀 다르게 느껴진다. 작가의 생각이 궁금해진 건 그런 이유였다.

영화의 세계관에 깊이 감탄하기에는 좀 짧았다. 다만, 이제는 폐기된 흑인노예제에 대해 당시 지배층이던 미국 백인들의 '이것이 자연스러운 신의 원리'라는 인식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허망한지 다시금 깨닫게 한다(심지어 그런 백인의 딸 역할을 아시아인 배두나가 맡은 건 일종의 조롱 같기도). 그것은 곧 동성애, 핵발전(또는 대기업의 비리), 정신병(또는 노인성 치매), 복제생명, 외계인 등 현재에도 극복되지 않은, 오히려 합리성이라는 외피를 쓴 비합리의 문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암시한다. 영화는 매우 정직하고 뻔할 만큼 교훈적이지만 소재의 스케일은 매우 거대하고 한편으로는 매우 시니컬하기도.

세 명의 감독에다, 한 명의 배우가 거의 분장쇼를 벌이며 다른 에피소드에 여러 번 등장하는 특이한 캐스팅도 재미있었던 모양인데, 나는 누가 누구인지 거의 알아보지 못했다. 먼저 본 에디터J는 "시간대별로 예쁜 사람이 한 명씩 있어서 나중에 누구인지 확인해보니 모두 벤 위쇼"였다는데 나는 심지어 좋아하는 벤 위쇼가 분장한 인물을 하나도 알아보지 못했다. 영화 보기 전 이미 공개되어 화제에 올랐던 휴 그랜트의 부인 역조차 미리 듣지 않았다면 못 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