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매우 당혹했다. 개봉 즈음, 실제로 동물을 대여해주는 곳이 있다고 하여 비난이 일고 있었다. 생명은 옷이나 장난감을 빌리듯 빌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사람(의 노동력)을 빌린다. 아플 때 의사를, 집안일을 위해 가정부를, 아이를 돌보기 위해서 베이비시터를.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빌리는 건 적어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니까. 현대인의 고독을 치유하고자 고양이를 빌리고 빌려줄 때, 고양이 자신의 의견은 어떻게 하지? 진짜로 고양이말을 배워서 술술 대화를 나눈다면 좋겠지만 그것도 아닌데 생명을 그렇게 수단으로 사람 맘대로 다루어도 될까? 어, 난 그런 거 싫은데, 라는 입장.
영화는 매우 사랑스러운 소품이다. 일단 여러 고양이들이 정말 사랑스럽고, 주인공의 집이나 패션 등도 귀엽고 개성 있다. 껑충하게 키가 크고 털털한 사요코는 알고보면 살림꾼에 결혼을 간절히 바라는 아가씨다. 아마도 보호자였던 할머니가 죽은 뒤 혼자 살고 있다. 이상하게 길고양이들이 따르는 체질이라 집에는 늘 고양이들이 넘친다. 그리고 사요코는 손수레에 이 고양이들을 싣고 근처의 강변 공원등을 다니면서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라고 외친다. 영화에서 사요코에게 고양이를 빌리는 사람들은 모두 '혼자'이며 각각의 사정상 일시적으로만 고양이를 키울 수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고양이들은 참 예쁘다. 영화 찍으면서 엄청 고생했겠지(사람뿐 아니라 고양이 쪽이야말로). 영화에서 고양이를 정식으로 입양하지 못하고 빌리는 이유는, 실은 그 사람들이 혼자이기 때문이다. 혼자여서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은데 혼자여서 책임을 다할 수 없는 사정. 나는 아직 부모님에게 얹혀 살고 있어서 혼자의 감각을 잘 모른다. 그치만 그래도 대여라니 비겁하다. 그런 손쉬운 도피처가 있어서는 안 된다. 물론 사요코는 미리 집을 방문하여 사람 됨됨이도 살피고 그러지만, 일단 그래도 '함께 산다'라는 각오가 아니라면 동물을 키우면 안 되지 라고, 재미있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도 생각했다. 그래도 혼자란 쓸쓸하다.
다시 한번, 고양이들은 참 예쁘다. 영화 찍을 때 고양이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고양이들을 잘 돌보았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영상이다. 아니라면 고양이들이 사람을 너무 사랑한 천재 연기묘들이거나...?
'TV&fil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니콜라스 홀트의 웜바디스 (0) | 2013.03.17 |
---|---|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2) | 2013.02.08 |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GV (0) | 2012.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