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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여행 둘째날: 효석문화제와 메밀 전병

둘째날 아침, 부지런한 Y는 산책을 다녀오고 나는 숙소에서 뒹굴거리다가, 전날 TV에서 본 효석문화제에 가보기로 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봉평에서 열리는 축제로, 50만 명이 찾을 예정이라나. 마을 가까이에 다다르니 길이 밀린다. 점심을 먼저 먹읍시다. 맛집 검색으로 찾았는데 역시 이제 이름은 기억이 안난다.

상마다 말린 꽃을 넣어 장식했다. Y는 또다시 쉬지 않고 교정지를 본다.

메밀세트: 메밀묵, 메밀전, 메밀전병. 묵도 전도 맛있지만, 메밀전병 완전 맛있다.

물국수와 비빔국수 반반. 앗... 이건 중국집의 짬짜면 그릇이 아닌가. 맛있다. 면발도 독특하고, 양념과 국물도 지금껏 먹어보지 못한 맛. 아, 배부르다. 이제 돌아가도 여한이 없... 응? 아직 축제 구경은 시작도 안했는데.

메밀밭. 입장료 2,000원을 내고 산책로를 따라 한 바퀴 돌았다. 정말 사람들이 많다. 곳곳에 사진 찍으라는 좀 우스꽝스러운 벤치들도 설치되어 있고, 양과 말도 있었다. 어린이들이 메밀을 따서 먹이를 주고 있다.

메밀밭을 나와서 국화빵을 사먹고 효석문학관으로 향했다. 아담하지만 꽤 재미있다. 메밀밭 입장권을 보여주면 무료입장. 효석은 매우 총명한 청년이었던 것 같다. 스물다섯 살에 열아홉 살의 부유한 집안의 신여성과 결혼했고 아이를 셋이나 낳았다. 일제강점기였으니, 일본어로 소설을 쓰기도 했고 조선총독부에서 일했던 것을 부끄러워했다...는 설명도 있었는데, 여러 학교의 교수로 일했다는 이력을 보니 생활이 제법 풍요로왔던 모양이다. 딸의 회고에 따르면 모던한 취향에 오렌지 쥬우-스를 즐겨마셨다나 뭐라나.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 놓은 집필실을 복원해 놓은 걸 보고 처음에는 이게 뭔가 했다. 그러나 부인이 젊은 나이에 죽고, 슬픔을 잊으러 러시아에 두 번 여행을 갔지만 결국 서른 여섯에 세상을 떠났다. 맙소사... 엄청 젊은 나이에. Y는 가난하게 살다 폐병을 앓았던, 닭을 고아먹으면 병이 나을 것 같다며 돈을 부탁하는 편지를 친구에게 보내고 고작 서른에 세상을 뜬 김유정의 이야기를 했다.

서울까지는 또 한참이었다. 길이 밀려서 네 시간이 넘게 걸렸다. 꽤 즉흥적인 여행이었는데 뭔가 대단한 걸 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