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토요일, 우리팀 에디터 L이 평창에서 결혼식을 했다. 너무 멀어... 기왕 평창까지 가야한다면 1박 2일로 놀러가자! 고 결심. 그런데 다들 너무 바쁘다. 다행히 Y가 동행해 주었다. 400쪽짜리 교정지를 싸들고. 평창을 오가는 차 속에서도 틈틈이 교정을 보는 무시무시한 집중력을 발휘하였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 날씨는 나쁘지 않았는데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안개속을 달리는 신비로운 드라이빙...을 만끽했다. 폭우 속에 결혼식장인 알펜시아리조트에 도착. 거의 끝날 무렵 아슬아슬하게 도착하여 결혼식을 축하하고, 맛있는 피로연 뷔페를 먹고, 영화 '국가대표'의 배경이 된 스키점프대를 구경하고, 가까이에 있는 월정사로 갔다. 전나무숲길이 유명하다지. 지난 여름, S의 스위스 친구가 월정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했었다.
비가 와서 강물이 불어나 박력있게 흐르고, 나무들도 한층 생기를 띤다. Y가 커다란 구멍이 난 고목을 구경하고, 다람쥐도 만났다.
월정사에도 들어가 보았다. 뭔가 커다란 통을 돌리면서 기도를 하는 거였는데, 이름을 잊었다. Y에게 돌려보라고 하고 찰칵찰칵.
그렇다. 월정사는 팔각구층탑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높고, 아름답다. 종교활동을 잠시 해야겠다는 Y를 따라서 가장 큰 당에도 들어갔다. Y가 기도를 올리는 동안, 방석 위에 앉아 가만히 바라보았다. 갑자기 다람쥐가 나타나서 잠시 우리를 쳐다보더니 쪼르르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절의 한 식구인가보다. 너무 태연스레 지나다녀.
강원도에 왔으니 곤드레 나물밥을 먹자. 아이폰으로 검색해서 가까운 맛집을 찾아보았다. 밥집 이름을 까먹었네.
이렇게 푸짐한 한상. Y는 나물이 맛있다고 했지만, 곤드레 나물밥이 엄청나게 맛있지는 않았다. 원래 소박한 맛인 거겠지... Y는 상이 차려지는 잠깐도 손에서 교정지를 놓지 않았다. 역시 프로 에디터다. 아니지. 왜 대체 주말에도 일을 해야하는 겁니꽈?!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다시 아이폰으로 검색하여 숙소를 찾아보았다. 그렇다... 우리는 숙소 예약도 안하고 무작정 떠나온 것이었다. 이런 게 여행!이라고 Y는 호쾌하게 주장했다. 맞아 이런 게 여행이지! 기왕 이렇게 왔으니 럭셔리한 숙소에서 자고 싶다!고 주장해 보았으나, 토요일 저녁이라 전화를 받는 곳이 없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람. 간신히 용평리조트의 드래곤밸리호텔에 방을 잡고 고고. 뭔가 좀 괴상한 이름인데, 매우 오래되고(심지어 우리가 묵은 곳은 신관이었는데) 비즈니스호텔처럼 심심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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