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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압구정동 분이네



이날은 케이티 아현국사에 불이 나서 마포, 용산 일대가 통신장애로 대혼란에 빠졌던 날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마포나 용산에서 만났을 텐데 마침 J가 본가에 다녀오는 길이어서 3호선 라인 양재에서 볼까 하여 그럼 또 마침 나는 압구정에 일이 있으니 압구정역 근처에서 보자고 했다. 운이 좋았다.

압구정에 가는 게 백만년만이어서-그러나 J가 우리는 10년 되기 전에 분명히 압구정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어쩐 일인지 전혀 기억이 나지않는걸!- 뽈레에서 맛집을 찾아보았다. 분이네가 와인 안주가 맛있는 집이라고 해서 골랐다. 예약제이고 오후 5시 30분에 문을 연다. 막상 가보니 ㄷ자형의 바만 있어서 좀 불편할 거 같아 1차만 하고 다른 데 가자고 들어갔는데 먹다보니 진짜 음식이 맛있어서 그냥 눌러앉았다.

미묘하게 낡은 느낌의 가게인데 의자는 커버가 너무 닳았으니 바꿔주면 좋겠다. 혼자 운영하는데도 좌석수가 많지않고 바만 있으니까 음식을 내는 동선 등이 간결해서 그런가 꽤 여유롭다.

메뉴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먹을 수 있는 건 다 맛있다. 무에 치즈 올려 구운 요리는 의외의 조합이라고 미심쩍어하면서 주문했는데 맛있어서 대만족. 파스타와 라자냐도 맛있고, 와인도 메뉴판에 트렌디한 인기 와인이라는 의미의 웃기는 문구가 써있었는데, 달지 않고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맛이어서 딱 좋았다.

J와 우리가 회사에 충성심이 없음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그리고 어디로 여행갈까에. 그리하여 나는 처음으로 통영에 가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