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섯 살 무렵의 나를 떠올려보면, 나는 사과상자를 부숴서 만든 나무칼로 골목친구들과 전쟁놀이를 했고(그때 동네 최고 유행놀이), 구슬 치기도 꽤 잘했던 거 같고(왕창 따서 옆집 친구를 울렸던 기억이), 고무줄 놀이도 했는데 이건 높은 단을 잘 못했고 가끔 재미로 고무줄 끊는 남자애들을 쫓아가서 쌈박질도 했다. 나는 동네에서 제일 예뻤기 때문에(우리 삼촌들의 주장) 남자애고 여자애고 나한테 꼼짝 못했다!
종이인형 놀이에도 완전 열광해서 동네 친구들과 함께 어머니들이 주는 광고 사진과 그림들을 오려서 두꺼운 도화지에 붙여 살림살이를 꾸미곤 했다. 옷이나 장신구들도 더 그려 만들기도 했다. 어머니가 사준 그림책 전집 중에서는 <신데렐라>를 제일 좋아했다. 올림머리 헤어스타일은 별로였지만 드레스와 유리구두 색이 너무 예뻐서 매일매일 봤다. 좀 더 커서는 바비인형놀이에도 푹 빠졌고 레고로 우주선을 만드는 데도 열중했다. 레고로 내가 설계한 인형 만들기도 줄창 했다.
그때 성향대로라면 나는 커서 싸움꾼도 될수 있었고 공주님도 될수 있었겠군. 삼촌들은 늘 크면 미스코리아에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땐 순진하게 믿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장난꾸러기 삼촌들이 조카딸 놀리는 재미로 살았나 싶다. 지금과는 너무 다른 취향이라 정말 그게 나였나? 의심할 때도 있다. 아기들은 다 변하는 게 아닐까. 다만 별거별거 다하고 노는 걸 엄청 좋아했군 하고 그 아기에게 새삼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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