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래옥에 다녀온 지는 꽤 되었는데, 이제야 올린다. 여름이 끝나기 전에 올리긴 올려서 다행. 냉면은 사계절 음식이지만 그래도 여름에 먹으면 시원하여 좋다.
광희동 사무실 바로 옆에 평양면옥이 있고 필동 디자인 사무실 근처에 필동면옥이 있어 평양냉면을 자주 먹는다. 오장동도 가까운 편이고 나는 오장동 함흥냉면을 더 좋아하지만 지난번에 갔을 때 서비스가 너무 냉랭하여 동료들에게 다시 가자고 못한다. 유명한 냉면집들은 손님들에게 무례하게 하기, 미리 알리지 않고 마구 합석시키기를 인기의 척도로 삼는 것 같다. 평양이고 함흥이고 대개 그렇다. 특히 제일 놀라운 것이 합석인데, 북쪽 음식이고 전쟁통에 내려와 피난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이미지메이킹을 하는지 먼저 앉은 손님에게나 나중 온 손님에게나 별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없이 빈 자리에 막 끼워 앉힌다. 오장동냉면집과 평양면옥이 최고의 솜씨를 보여준다. 손님은 기분이 나빠져서 빨리 냉면을 후르륵후르륵 먹어치우고 나가버리거나, 한상에 앉은 모두가 한 식구라는 마음으로 서로서로 친구가 된다...?
필동면옥은 그래도 보통 음식점만큼 친절하고, 우래옥은 냉면집 가운데 가장 침착하게 친절하다. 여기도 손님이 많아서 합석은 많이 하는 편이라는데, 11시 30분에 문을 열자마자여서 그런지 다행히 좀 자리가 넉넉하여 합석하지 않았다. 우래옥은 가게 내외부 분위기가 옛날영화에서 본 1960년대의 고전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우래옥 입구
면수
면수에 간장을 한 방울 넣어 먹으면 맛있다고 합니다
김치말이냉면, 우래옥
전통평양냉면(11,000원), 전통평양비빔냉면(11,000원) 대신 김치말이냉면(11,000원)을 골라보았다. 평양냉면집에서 처음 보았고 동치미국물로 만든 국물에 말아낸다고 해서 먹고 싶어졌는데... 미묘하게 느끼하다. 좀더 차가워야 할 것 같다. 냉면 밑에 밥도 들어있는 독특한 구성이다. 동치미국물과 육수를 섞어서 국물을 만든다고 하는데 내 입맛에는 그냥 동치미국물만으로 맛을 내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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