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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동 마복림 할머니 막내아들네와 보그너 커피

신당동 떡볶이타운 '마복림 할머니 막내아들네'에서 즉석떡볶이를 먹었다. 할머니네 가족 모두 그 근방에서떡볶이업에 종사하며 각자 관계를 내세운 간판을 달고 있는 거 같긴 하지만. 막내아들네는 처음 가보았다. 맛은 그냥 그랬다. 처음 신당동 떡볶이를 먹을 때에는 떡의 크기가 작다는 게 신기하고 고추장+춘장의 배합이 신기했는데, 이젠 되게 흔하게 본다. 맛의 특별함은 잘 모르겠다.

떡볶이를 먹고 가까운 커피전문점 보그너 커피에 갔다. '1%를 위한 커피'라는 미친 것 같은 수식어를 달고 있다. 사무실 바로 옆에 있는 횟집&카페에도 그런 문구를 적어두었던데. 원두 종류가 다양하고, 핸드드립커피를 판다. 나는 아메리카노를 제일 좋아하니까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시고는 (미각이 둔한 사람) 1%? 라고 생각했다. 테라스 자리에 앉아서 커피 뽑는 과정을 보지 못했는데, 이건 정말...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브류드 같은 맛이다. 맥카페에서 보이는 정도의 크레마도 없다. 진하게 마시고 싶어서 '물을 적게 넣어주세요'라고 했는데, 이건 그냥 커피 전체 양을 줄인 듯한 맛이다. 대체 원래는 얼마나 묽은 거지? 맛없는 커피를 마시면 기분이 아주 나빠집니다... 그러고는 안과에 갔더니 눈꺼풀 안에 뭐가 나서 염증이 생겼으니 수술해야 한다고.

무슨 코미디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으하하.

암튼, 나는 신맛이 없이 진한 원두를 세게 내려서 좀 적은 듯한 물에 탄 보통의 아메리카노를 원한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없네. 카페마로는, 예전에는 퇴근하다가도 커피가 마시고 싶어지면 버스에서 내려서 들르곤 했는데, 요즘은 분위기가 너무 편하지 않아서 잘 안가게 된다. 가게가 오래되어서인지 청결한 느낌이 부족하다. 고소한 커피향이 가득한... 뭐 이런 느낌이 아니라 뭔가 집이 쇠락하는 느낌이랄까. 화장실을 부수고 새로 공사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원래 가게가 있는 건물이 튼튼하지 않은 것 같아. 딴 소리 같지만 카페마로에 가면 건물을 지을 땐 기초가 중요하지... 같은 생각을 하곤 한다.

최근에 새로 재발견한 100% 오리지널 커피는 그날 이후 내가 갈때마다 문을 닫았다. 왜죠? 지난번에 마셨던 게 꿈인가... 정말 그렇게 맛있었던 게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계속 투덜거리기만 하네. 어쩔 수 없지.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즉석떡볶이(1인분, 라면사리, 만두사리 추가), 마복림 할머니 막내아들네


단무지(빙초산과 사카린이 들어 있는 중국산 염장무), 마복림 할머니 막내아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