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 스카이폴'을 보고 원작소설이 궁금해져서 찾아보았다. 스카이폴은 원작이 없지만,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 가운데 최근 007 영화 시리즈와 같은 제목이 있었다. 영화는 각색이 많이 되었다고 들었다. 청소년 시절에 몇 권 읽고 제임스 본드가 너무 능글맞고 재미없다고 여겨 치웠는데,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떤 기분일까?
카지노로얄의 007은 다시 보니 생각보다 덜 느끼했다. 다니엘 크레이그 이미지 효과인가. 입고 먹는 것들에 대한 묘사가 매우 세밀하여 의외라고 생각했다. 꽤 옛날 소설이긴 하지만 그래도 살인면허가 있는 스파이들이 좀 허술하게 활동하는 것 같아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최근 우리나라 국정원 직원들의 활동을 보면 007의 허술함도 이해가 가기도... 이런 간단한 이야기가 영화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해졌다.
그 다음은 2011년에 재출간되었을 때 너무 홍보가 화려하여 오히려 망설이게 되었던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2008년 아르테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되었으나 그때는 몰랐다). 시간이 좀 지나면 좀 정확한 평을 알 수 있겠지 했더니 바로 영화로 나와서... 영화는 안 봤지만 007의 다니엘 크레이그가 밀레니엄의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역을 연기했네. 검색해보니 스웨덴과 덴마크 합작으로 2009년에 만든 영화도 있다.
스웨덴이라는 낯선 배경과 정의로운 기자가 주인공이라는 설정이 매력적이다. 시리즈의 시작은 대기업 가문의 소녀 실종사건을 뒤쫓는가 했는데, 국가-시민의 문제, 기업-언론의 문제로 넓어진다. 사건이나 비밀의 정체는 어찌 보면 뻔하지만, 아마도 스웨덴의 정치사회적 특성 때문에 영미권, 아시아권과는 또다른 시각과 흐름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공무원(경찰, 군인, 정보기관원 등)이 아니라 시민인 기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국가공권력의 위험을 지적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건 해결의 중요한 방법인 '해킹'의 불법성 때문일지도. 형사가 주인공인데 법을 막 무시해서 해킹을 해대면 정체성에 문제가 생기겠지. 그러니까 정의로운 시민의 편이라서 다행이지 그런 뛰어난 실력자가 국가나 기업의 편에 있다고 하면 그것도 큰 문제다. 사회적인 주제를 다루는 듯하면서도 좀 깊이 생각하다보면 멘붕에 빠질 테니 적당히 즐기는 선에서 발을 빼야한다.
사소하지만 애플컴퓨터 기종을 매우 직접적으로 언급한다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나는 랩탑류에 관심이 많으니까요. 지금 시점에서 보면 매우 구닥다리인 컴퓨터들인데.... 나도 아이북 G4(현재 단종)를 갖고 있는데 그걸로 그런 대단한 작업들을 할 수 있다니 왠지 나의 아이북도 다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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