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와 송년여행지를 통영으로 정하고 비행기냐 KTX냐 버스냐를 고민했는데, 서울-통영 비행기 시간이 너무 이르고 KTX는 복잡하고 해서 결국 우등고속버스로 가기로 했다. 우등고속버스는 2시간에 1대쯤 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예약했다. 12월 31일 카운트다운파티만 골라놓고 어디 갈지는 가는 길에 고르지 뭐 하고 떠난 여행.
[첫날]
11시 버스를 타고 4시간 좀 넘게 걸려 통영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우선 숙소까지 택시로 가서 짐을 풀었다. 숙소는 중앙시장에서 걸어서 15분쯤 거리다. 통영이니까 우선 회를 먹어야지(나는 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휴대전화 충전선이 고장난 것을 발견하여 나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충전선을 샀다.
중앙전통시장/활어회시장은 바닷가에 있다. 항구 구경을 좀 하고, 바닷가에 건어물을 파는 노점이 쭉 늘어서 있다. 미니쥐포 구운 것을 좀 샀다. 날씨가 추워서 잠깐 구경하고 길 건너 시장에 갔다. 활어회시장은 처음 가봤다. 그러니까 수산시장에는 여러 번 가봤지만 내가 횟감을 골라서 손질하는 걸 기다려본 것이 처음. 이제 두 번은 경험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통영활어회시장은 그다지 크지 않은데, 실외에 아주머니들(남자는 두 명인가 봤다)이 두줄로 쭉 앉아서 수조(랄까 커다란 고무대야)의 생선을 횟감으로 손질해 준다. 굉장히 임팩트가 센 풍경이다. 방어철이라지만 오늘은 방어가 다 나갔네, 하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매운탕도 먹을 거라고 하면 생선뼈와 부스러기를 싸준다. 둘이 3만 원어치를 샀는데 뭘 골랐는지 기억이 안 난다. 바로 옆에 있는 회초장식당에 가서 생선을 주고 매운탕도 주문했다. 회를 좋아하고 많이 먹고 싶은 게 아니라면 굳이 번거롭게 고르고 그러지 말고 그냥 보통 생선회 음식점에 가면 될 것 같다. 고르기 어렵고 둘이 먹기에 양이 너무 많고 식당도 정신없고. 매운탕은 맛있었다. 그러고 보니 사진을 하나도 안 찍었다.
밥 먹고나서 동피랑마을에 갔다. 아이구 힘들어서 못 올라가겠다 가는데까지만 가자 하고는 끝까지 갔다. 별로 높지 않다. 군데군데 카페들이 있고 벽화도 있고. 우리 같은 관광객도 꽤 있는데 적당히 조용한 편이다. 대단히 엄청난 풍경은 아니지만 좁은 골목길을 걸어다니는 경험은 나쁘지 않다. 다만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날씨가 추워서인지 마을 사람들은 길에 없다. J는 천사 날개랑 천지창조 패러디 벽화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래 동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해가 지고 있어서 낮에 보는 것과는 또 다르겠지만, 집이 참 많구나 사람들이 많이 사는구나 하고 감탄했다.
드디어 사진이 나왔다. 동피랑을 내려와서 망고주스가게인 리치망고에 갔다. 스페셜망고주스를 주문하면 이런걸 준다. 제주도에서 온 주스가게였군.
통영 명물이라는 거북선꿀빵을 사고(꿀방 가게가 많다), 마트에서 맥주와 과자를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티비를 보면서 맥주를 마셨다. 케이블티비에서 연말 가요 시상식을 재방송해준다. 아 그러고 보니 12월 30일은 비티에스 뷔의 생일이다. 해피벌쓰데이.
J가 찍어준 숙소 풍경. 검은 사람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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