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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라면 땡기는 날의 짬뽕라면

지난 여름 에디터C가 데려가 준 라면가게 라면 땡기는 날. 삼청동에서 이미 매우매우 유명한 집인데, 처음 들어보고 처음 가보았다. 저렴하고 자극적인 맛 덕분인지 인근 중고등학생 손님들이 많다. 뚝배기에 펄펄 끓여 나오는 짬뽕라면은 엄청나게 매운데, 그 자극적인 맛에 중독되는 기분. 여름이라 꽤 더울 때였는데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독한 맛에 중독되어가면서 냠냠... 치즈를 추가하면 좀 부드러워지겠지만, 나는 그냥 매운 맛에 도전하였습니다... 


정독도서관 주변에 가본 게 아주 오랫만인데, 원래 여기가 이런 동네였나 싶게 완전히 모르는 곳이 되었다. 먹고 마시는 가게들이 잔뜩 들어와 있지만 묘하게 아직은 서정적이랄까, 아기자기한 느낌이 있어서 신기했다. 이런 동네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맛있는 걸 많이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동네가 북적이면서도 묘하게 안정적인 것은 동네에 오래된 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 된다. 그 학교의 분위기가 동네 분위기를 좌우한다. 외부의 돈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생명력을 가질 수가 없다. 내부의 생산과 순환이 마을의 생명력을 드러내고 빛을 더하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학교는 동네가 자생력을 갖고 있다는 증명이다. 어른들은 마을 밖으로 일하러 나가곤 하지만 아이들은 동네 안에서 집과 학교를 중심으로 성장한다. 그러니까 학교가 위협을 받으면 마을의 정체성이 위험해진다. 

학교 근처에 대형 호텔이 생긴다는 뉴스를 보고 그 동네에서 느낀 기분이 떠올랐다. 나는 외부인이지만, 외부인으로서 가끔 기쁨을 느끼고 싶다는 이기적인 욕심에도 동네가 튼튼하게 살아 있는 게 좋고, 변화에 적당한 선을 지켜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상식적으로 너무 이상한 짓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게다가, 남들이 모두 이상하다고 하는데도 욕심이 나고 자기가 이상한 줄 모르겠다면, 정신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입니다... 학교 앞에 호텔이라니, 누가 봐도 탐욕스럽잖아. 


짬뽕라면(3,500원), 라면 땡기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