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H를 만나서 주가노주방에 갔다. 크림생맥주에 간사이오뎅나베, 굴튀김. 오뎅나베를 먹고나니 배가 불렀다. 굴튀김은 큼직하고 맛있지만 너무 느끼하다. 한 개만 먹으면 딱인데. 결국 두 개나 남기고 왔다. 흰 소스 말고 튀김간장 같은 걸 달라고 해볼걸.
음식 사진을 찰칵찰칵 찍었더니 너 블로그라도 하니? 하고 묻는다. 응. 아니, 너 나도 모르는 블로그를 한단 말이야? 뭐 올려? 음식사진? 응. 거의 음식밖에 안 올려. 백수 때는 먹는 거 외에 특별한 일도 없고 해서... 근데 요즘엔 잘 안하게 되네.
H와 만나면 정치 얘기를 아니 할 수 없는데, 나꼼수 김어준 총수의 영향으로 문재인을 지지하는 모양이다. 나꼼수 팬인 건 전에 들었지만,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는 듯해서 깜짝 놀랐다. H는 나의 사상의 궤적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치에 대해 솔직하게 막 얘기할 수 있다. 그치만 나꼼수 팬이 된 뒤로는 조금 방향은 서로 달라졌구나 싶기도. 팟캐스트 하면 진보신당이지. H에게 정말 재미있다!고 추천했더니 한번 들어봐야겠다고 한다. 역시 대인배야. 난 나꼼수 열풍일 때도 한번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그 멤버들에게 별로 끌리지 않았고 오디오에 집중을 잘 못하기 때문이었다. 근데 트위터에서 이상한모자님이 참 재미있는데 진보신당 팟캐스트를 하네? 그래서 한번 들어봤더니 매우 재미있어서 매번 듣게 되었다.
진보좌파엔터테인먼트쇼, 적록서재, 세계의 진보정당 이렇게 세 프로그램 모두 이모님이 진행한다. 엔터테인먼트쇼는 박은지 진보신당 대변인과 하뉴녕 미디어스 기자가 함께하는 정당정치 만담...쯤 되는데, 정말 웃긴다. 진보신당의 사상적인 위치 때문에 일반적인 정치평론 같은 것과 다르니까 재미있어. 그동안 정당정치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전혀 몰랐던 이야기들을 좌파의 시각으로 들려주니, 한국정치에 대한 막비판 외에도 가끔씩 이 세 사람의 순진무구함이 드러나서 짠하기도 하고. 트위터로는 잘 몰랐는데, 하뉴녕님은 정말 귀여우신 청년이다. 적록서재와 세계의 진보신당은 장석준 선생님이 함께하는데, 어찌 보면 둘 다 주제는 좌파사상 공부인데 진지하다가 가끔 막 던지는 장석준 선생님과 비교예시로 한국정치와 현대사를 막 던지는 이모님의 비약적이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매우 날카로운 변죽이 어우러져 공부가 되면서 재밌다. 단점은 읽고 싶은 책이 많아지는 거? 진보신당 팟캐스트를 들어보니 의외로 오디오만도 재미있군. 그래서 나꼼수를 좋아하는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간사이오뎅나베, 주가노주방
굴튀김, 주가노주방
안주 얘기하다가 딴 데로 빠졌네. 나는 몰랐는데 우리 옆자리에서 웬 커플이 5초 간격으로 키스를 계속하는 열정을 2시간 여 뽐내고 있었다고. H가 더이상 민망함을 견딜 수 없다며 나가자고 하여 자리를 옮겼다. 그닥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었나 봅니다요. 모든 키스신이 미남미녀 주연의 로맨스 영화처럼 보기 좋은 건 아니니께요? 그치만 난 그보다는... 불편하지 않나? 술집에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키스만 하고 있느니 차라리... 에, 개인사정이니까 알아서 할 일이니까 뭐.
그래서 투덜거리면서 추운 홍대 거리를 헤매다 술남이라는 처음 본 곳에 들어갔다. H가 조용한 곳을 원했는데 손님이 아무도 없었거든. 커피생맥주란 게 있어서 마셔보았다. 쓴맛과 단맛 두 종류라는데 쓴맛을 골랐지만 살짝 단맛이 난다. 맥주가 원래 단가? 주문이 잘못 들어갔나? 호기심에 한번 마셔볼 만은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담에는 크림생맥주를 마셨다. 느끼함을 달래려 매운 걸로 짬뽕탕을 골랐는데 정말 엄청 매웠다.
커피생맥주, 술남
짬뽕탕, 술남
우리는 J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삶을 두고 전방위적으로 떠들었다. 그리고 나는 틈틈이 소개팅을 환기시켰다. 그치만 아마 소개팅은 없겠지. H의 아이는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나는 짬뽕탕의 배추가 참 맛있다고 생각했다. 수제비 반죽 같은 게 들어가면 더 맛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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