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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사무실 이사 후 일주일

코로나19의 와중에 사무실은 예정대로 이사를 했다. 어쩔 수 없지. 암튼 사무실 이사로 인하여 삼성동으로 출근하게 되어 출근 시간이 2배가 되었다.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교통편은 복잡하지 않지만 하루에 왕복 2시간가량 버스를 타고 다니니까(실은 걷는 시간을 빼면 그 정도는 아니다) 이제 약깐 매일매일 지루한 여행을 하는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요즘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나 휴교 때문인지 대중교통에 사람들의 수가 훨 줄었다고 한다. 내가 타는 버스도 마찬가지다. 길도 좀 덜 막히는 편. 그런데 어제 금요일 퇴근길에는 양상이 달랐다. 금요일 저녁 강남이라니 역시. 평소 퇴근시간의 1.5배로 늘어났다. 그전에도 퇴근하면 늘 피곤했지만 이번 주는 더 피곤하다. 그나마 나는 1시간인데 더 이전부터 이만큼 또는 더 오래 걸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다들 어떻게 이런 장시간 출퇴근을 견디고 있을까.

새 사무실 적응 중인데, 내가 일하는 층에는 탕비실이 없다. 게다가 조리가 금지된 건물이라서 이전처럼 점심 때 밥을 해먹을 수가 없게 되었다. 도시락을 싸는 데 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밥이었기 때문에 그전에는 밥을 해주니까 좋았는데. 그래서 컵밥을 며칠 먹고 며칠은 근처 식당을 찾아다녔다. 사무실 아주 가까이에는 식당이 별로 없어서 좀 툴툴대는 중. 하늘밥을 주문해볼까 고민중이다. 이전에는 한 층에 여러 부서가 같이 일하니까 그래도 좀 얼굴 보고 그랬는데 이번 사무실은 우리 부서가 한 층을 다 쓰니까 다른 사람들 얼굴을 엘리베이터 외에는 별로 볼 수가 없네. 게다가 요즘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까 원래도 약간 얼굴 잘 못 알아보던 내게 온통 다 똑같이 보인다. 버스정류장에서 누가 인사하면 깜짝 놀라다가 이제 그냥 누군지 알아보기 포기하고 인사함. 어쨌든 먼저는 인사하지 않는 무례한 사람으로 소문이 날지도.

이사하면서 청소업체 계약을 안 하고 이전 사무실에서 탕비실 청소하시던 여사님이 1층 휴게실과 복도 청소를 맡기로 한 모양이다. 사무실 청소는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는데 어처구니가 없는 결정이다. 자기 일하는 공간은 자기가 알아서 치우자는 정도의 개념은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전체 사무실 위생 관리는 어떻게 되냐구. 하필 코로나19라는 전지구적인 감염병이 창궐하는 이때. 게다가 최근 오히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업무가 폭주하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으므로 평소와 또 다르게 업무시간 중에 청소시간을 낼 만큼 한가하지가 않다. 그걸 빼고도 평균 매일 1시간씩 야근모드인데 말이지. 가끔씩 이런 동아리 같은 회사 운영에 짜증이 나기도 하고 게다가 시국이 시국인 만큼 굉장히 나이브하다는 생각도 든다. 상무나 전무들도 바닥을 쓸고 걸레질을 하고 쓰레기통을 비우는걸까. 다른 층이어서 알 수가 없지만. 아직 청소도구도 갖춰지지 않았던데 설마 청소도구도 개인 구비하라는 건 아니겠지.

이번 주부터는 공적마스크 판매가 시작되었다. 집앞 약국은 아쉽게도 고령 약사님이 운영하기 때문인지 판매처에서 제외되었다. 어차피 평일에는 집에 없으니까 집 근처 약국이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주말에 지도검색을 해 보니 그나마 가까운 약국은 주말 수량도 금세 소진된 거 같고 멀리 나가기 귀찮고. 게으름의 결과로 양보하기에 한 발 걸치게 된 거 같다. 암튼 이런 약국별 수량정보를 핸폰 지도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첨단(!)의 신속(!)에 정말 감탄한다.

아무말대잔치의 일기로군. 요즘은 별다른 일이 정말 없으니까요. B모임 사람들과 딸기뷔페 가고싶다 같은 이야기를 하지만 아직은 사람들을 만날 수도 단체로 외식을 하러 다니기도 꺼려지므로 4월에는 만날 수 있겠지 이러고만 있다. 그때까지 다들 건강하게 잘 버티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