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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팟캐스트 듣다가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후원을 시작하다

티스토리 블로그에 오랜만이라고는 생각했지만 3개월이 지나서 휴면계정으로 바뀌어 있다니.

3개월 전이나 비슷비슷한 일상이므로 요즘은 기록의 욕구가 거의 사라진 것 같다. 요즘 먹는 사진은 인스타 @koniestas 에 올리는 편. 

굳이 백만년만에 티스토리에 들어와서 뭘 기록하고 싶어졌냐 하면, 최근 아름다운재단의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후원을 시작했다는 근황을 떠들고 싶어졌다. 큰스승님의 팬이어서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를 듣기 시작했는데 요즘 열여덟 어른 캠페인 광고를 하더라구. 나는 혼인도 하지않고 아이도 키우지 않으므로 나의 노후를 보장해줄 사회연금을 내 주게될 다른집 아이들에게 부채의식이 있다. 그래서 어린이들에 대한 정기후원을 소액이라도 쭉 해왔다. 그런데 이 캠페인을 듣고는 문득 열여덟, 시설에서 나오는 아이들에 대해 처음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이 아이들도 한참 어리구나 하고 깨달았다. 내가 첫사랑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두번째 사랑에 실패 안했어도. 그래서 이기적인 계산 끝에 후원을 결심하였다는 이야기. 나의 노후를 위해, 나는 친자식이 없으니 어쨌든 세금을 내서 나를 부양해 줄 다음세대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많이많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소액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혹시 이 포스트를 보고 그게 뭔데? 하고 관심이 생긴다면 카톡 검색창에 '열여덟어른'이라고만 쳐 보면 됩니다. 온라인으로 간단히 후원신청을 할 수 있는데, 며칠 뒤에 재단에서 전화가 왔다. 괜찮으면 어떤 경로로 캠페인을 알게 되었냐고 해서 팟캐스트에서 광고를 들었다고 대답했다.

기왕 떠들기 시작한 김에 옛 추억이 떠올랐는데, 초등학교 입학해서 내 첫 짝꿍은 시설에서 살던 아이였다. 다른애들이 걔보고 좀 거칠다고 했는데 실제로 거칠게 구는건 본 적 없었고 일월생이라 그런지 그때 좀 늦되고 어리버리하던 나를 잘 챙겨주었다. 물론 그래봐야 걔도 초딩 1학년이므로 운동장에서 다른 남자애들이랑 뛰놀다가 수업시간이 되어도 교실에 안들어오기도 해서 선생님이 니 짝꿍 어디갔나? 빨리 데리고 와라 하고 명령하시면 쭐래쭐래 찾으러 나가기도 종종 했던거 같다. 걔는 교과서에 이름을 두 개 써놨는데 성이 달랐다. 나는 사실은 이씨야라고 내게 작은 소리로 말해줬는데, 솔직히 나는 이름에 성이 뭔지도 잘 모르는 늦된 아이였습니다. 내이름도 뭔지도 잘 몰랐다. 아니 이렇게 써놓고 보니 그때 나는 엄청 멍청했던 거 같군. 웃으면 눈이 반짝반짝거리는구나 하고 깨닫게 해준 아이인데, 12월에 직접 만든 크리스마스카드를 내게 주었다! 카드를 만들수 있다니 어른이다! 굉장한 문화충격이었습니다. 성경과 촛불을 그리고 성경 구절(가난한 자들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너희 것이다)을 적은 카드였다. 이상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아마도 교회나 성당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살았던 거 같다. 나는 카드 같은 거 못 만드니까 그애에게 아무것도 못 주었다. 이듬해에는 반이 갈리고 그 다음해에는 내가 전학을 해서 그뒤로 영영 다시 못봤다. 어린애들이란.

암튼 많은 열여덟 어른들이 잘 자라서 행복한 어른이 되어야 덩달아 내 노후가 편안합니다. 나처럼 자식이 없어도 그렇지만 자식이 있어도 요즘 누가 혼자 자기 부모 챙겨주냐, 다른 어른들이 더 많이 여유로워야 니 자식 부담도 덜하고 너도 편안하니까 후원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