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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etc

제주시티투어버스로 사려니숲길과 돌문화공원

지난해 가을, 제주에 여행온 D가 제주시티투어버스를 타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나섰다. 1시간 간격으로 일반 대중교통수단이 없는 제주시 근방의 관광지를 순환하는 버스로, 탑승권(5,000원)을 한 번 끊으면 하루종일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즉, 맘에 드는 관광지에서 내려서 돌아보고 시간에 맞춰 다시 정류장에서 다음 버스를 타고 다음 관광지로 이동하면 된다. 10~11월에 1차 시범운행기간이었고 올해 3월~5월 2차 시범운행중. 코스는 조금 바뀌었다고 한다. 

중문에서 중문고속화버스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가서 D를 만나 시티투어버스에 탔다. D가 꼽은 곳은 사려니숲길과 돌문화공원. 둘 다 나도 가보고 싶던 곳이었다.

사려니숲길은 절물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하여 오름 세 개를 지나며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15km 정도의 중산간 숲길이다. 길이 평탄한 데다 널찍하게 잘 정비되어 있고 거의 곧게 뻗은 편이어서 가볍게 걸을 수 있다. 다만 숲이 울창하고 까마귀들이 많아 약간 으스스한 분위기가 나기도 한다. 늦가을~겨울에는 숲의 생기가 덜한 편이라 좀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산림욕하는 기분으로 걷기에는 좋았다. 다만, 시티투어버스가 숲길 시작점에만 서고 숲길은 순환코스가 아니어서 1시간 좀 넘게 걷다가 다시 버스를 타러 되돌아와야 했다. 정말 잠깐 맛만 본 셈인데 3시간쯤 걸렸다. 숲길과 오름만으로 하루 코스니까 사려니숲길의 진면목을 보려면 따로 계획해야 좋겠다. 지난 가을에는 도중의 오름 중에 휴식기간이라 출입금지였던 게 있었는데.

돌문화공원은... 뭐랄까 굉장히 이색적인 공간이다. 조천읍 교래리의 벌판에 대규모로 자리잡고 돌문화 연구단지나 전통마을복원 등을 계속 조성하고 있다는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야외전시장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러나 돌박물관만 돌아보고도 매우 감탄했다. 어딘가 19세기에 건설한 SF센터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할까? 너무 기묘하고 마니악해서 사진을 잔뜩 찍었던 줄 알았는데 하나도 없군. 분수가 정말 끝내준다. 물을 가르고 마징가제트가 나타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분위기다. 시티투어버스가 아니래도, 제주시외버스터미널과 서귀포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각각 출발하는 남조로버스를 타면 갈 수 있으니 한번쯤 가보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는 말 밖에. 박물관 안에 있는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맛은... 배가 매우 고팠기 때문에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두 군데만으로도 꽤 지쳐서 더이상 다른 곳은 볼 시간도 기운도 부족했다. 마지막으로 시장구경이나 하자고 서문시장에 내렸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서 금세 돌아보고 D가 전날 가봤다는 동문시장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시티투어버스는 동문시장 다음이 서문시장이어서 거슬러 간 셈. 처음부터 동문시장에 내릴 걸 그랬지. 동문시장은 규모도 크고 종류도 다양해서 아주 재미있다. 제주올레 코스에도 들어 있을 정도니까. 동문시장에서 호떡을 먹었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버스 시간을 놓칠 뻔했다. 게다가 시장의 문이 여러 개라 방향을 헷갈렸는데 시장 사람들도 시티투어버스 정류장을 잘 몰라서 당황했다. 포기하려던 찰나에 정류장을 발견하고 마침 버스가 도착하여 간신히 막차를 탈 수 있었다. 3분만 늦었어도 못 탔을 거야. 시티투어버스를 놓쳤어도 제주 시내니까 터미널 가는 버스는 많이 있지만.

돌이켜보니 꽤 강행군이었구나. 버스투어라니 꽤 여유만만일 것 같지만 고른 곳이 모두 규모가 큰 데라 적당히 입구만 돌아본 격인데도  후다닥후다닥 움직여야 했다. 게다가 나는 제주시에서 중문으로 돌아가야 하니 여유가 별로 없었다. 그땐 나도 제주 생활 초기라 해만 지면 불안해지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서. 뭐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제주는 서울같지 않아서 버스가 드문드문 있고 해만 지면 정말 칠흑같이 깜깜해지니까 동네가 아니면 다니기 어렵다. 택시도 많지 않고. 시티투어버스는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가벼운 관광객 마인드로 나서서 살짝살짝 맛보기로 여러 곳을 돌기에 좋은 방법이다. 그런 다음 정말 마음에 든 곳은 다시 가면 되니까.

사려니숲길

돌문화공원 식당에서 늦은 점심식사

제주시 동문시장 호떡

호떡집 간판도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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