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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동 책방오늘



어느날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니 문에 종이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책방이 문을 열었다는 내용이었다. 동네에 책방이 생기다니! 기뻐 살펴보니 버스로 세 정거장쯤 되는 거리다. 그런데 그 안내문에는 놀랍게도 책방이 문을 여는 요일과 시간이 나와 있지 않았다. 대략 평일에 일고여덟시까지는 문을 열겠지. 그러나 일요일에도 문을 열까? 다행히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 전화를 걸어보았는데 받지 않는다. 이 시간은 영업시간이 아닌가보다.

평일에는 평일대로 휴일은 휴일대로 여의치 않아 한 석 달가량이 지났다. 인터넷으로 동네 음식점을 검색하다가 어느 블로그에서 책방 소식을 보았는데, 매일, 낮 12시부터 저녁 8시까지 문을 연다. 산책할 겸 걸어가 보기로 했다. 실은 그 근처 우동집에 가보고 싶으니 가는 길에 들러보자고 마음먹었다. 살 책도 몇 권 골라놓았다.

작은 동네 책방에 가보는 건 오랫만이다. 홍대나 연남동 이런 동네에는 이른바 독립책방이란 곳이 꽤 있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는 문구점을 겸하는 책방이 하나 있을 뿐으로, 이사온 지 삼년째인 며칠 전에야 그곳이 책방이란 걸 알아챈 참이다. 예전에는 일 때문에 책을 보는 일이 많았는데 대개는 인터넷이나 대형서점에서 샀다. 자료로 많이 찾아봐야 하니까.

문을 연 지 대략 석 달만에 책방오늘을 방문했다. 조용하고 얌전한 분위기의 책방이었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책의 양이 적당해 보인다. 얼마전 작고한 시인의 책을 모아놓은 기획전이 눈길을 끌었다. 내가 사고싶던 세 권 중에 유일하게 김연수 작가의 언젠가, 아마도를 찾았다. 주인에게 이런저런 책이 있냐고 묻기에는 조금 수줍어서 그냥 그거 하나만 샀다. 대략 훑어본 바로는 문학과 인문학, 미술책이 많다. 내가 골랐던 책은 동물에 관한 책이어서 아마 없을 것 같았다.

계산대에서 멤버십카드를 만들겠냐고 물어본다. 종이카드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가나다순으로 정리해 놓는 모양이다. 얼마 이상 모이면 에코백을 선물로 준다고 했는데, 기준이 권 수였는지 책값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선물이 에코백이라고 해서 흘려들은 거 같다. 요즘에 나는 그런 가방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갖고싶은 가방은 가볍고 랩탑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아쉽지만 아직 맘에 드는 걸 찾지 못했다. 매월 나온다는 책방소식지와 해바라기씨앗을 선물로 준다.

우동집 앞까지 갔다가 손님이 많아보여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책방에서 받은 해바라기씨앗은 먹는걸까 키우는걸까 궁금해하며 인스타에 사진을 올렸더니 에디터Y가 아마도 키우는 거라고 알려주었다. 먹는건 대개 껍질이 까져있다고. 그렇구나.

김연수 작가의 책에서 인상깊은 부분이 있어서 그 이야기를 하려고 시작했는데 책방 이야기만 하다가 지쳤다. 이 포스트의 제목을 바꾸어야겠다. (처음 제목은 ‘김연수 작가의 언젠가, 아마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