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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장동 흥남집의 회냉면

일요일 새벽까지 마감으로 불태우고, 집에 잠시 갔다가 월요일 아침에 최종 PDF를 확인하고 완전히 넉다운되어서 중얼거렸다. "오장동 냉면이 먹고 싶네요..."
디자인실장님은 우래옥 냉면이 어떻겠냐고 회유하였는데, 우래옥은 월요일 휴무. 결국 오장동으로 갔다. 필동과 오장동이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라는 걸 처음 알았다. 지리에 너무 약해서요. 디자인실장님이 7분 거리라고 강조했으나, 내 걸음으로는 20분은 걸린 것 같다... 그러고보니 오장동 냉면을 먹으러 간 건 거의 10년만인듯. 예전에 갔을 때 오장동의 여러 냉면집 가운데 어디에 갔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암튼 일하는 사람들이 매우 무뚝뚝하고 마치 피난민 급식소처럼 상을 쭉 붙여놓고 손님들을 그냥 차곡차곡 채워넣었던 기억이. 합석이랄 것도 없이 그냥 안쪽 자리부터 차곡차곡. 
이집은 그때의 기억에 비해서는 자리는 좀 나누어 있지만 무뚝뚝하기는 마찬가지. 비빔냉면, 물냉면, 회냉면, 섞음냉면 등이 있다. 회냉면에서 회를 빼달라고 하니, 양념 위에 회를 얹어내는 게 아니라 회와 양념이 한덩어리라서 그러면 맛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회냉면을 시켰다. 메밀면을 삶은 물, 면수를 내주는 평양냉면집들과 달리 함흥냉면집에서는 육수를 준다. 그래서 나는 물. 물은 셀프입니다.

회냉면, 오장동 흥남집


회냉면의 위용. 좀 뒤적여서 회를 보이게 찍었어야 하나. 이런 모양의 냉면은 처음이다. 그릇에 양념회와 삶은 달걀 반쪽을 먼저 담고 그 위에 면을 얹었다. 그리고 상에 내와서 가위로 쓱쓱 잘라준다. 기본반찬은 아무것도 없다. 먹다가 옆 자리를 보니 무채무침을 먹고 있어. 우리도 달라고 하니, 원래 달라고 해야 주는 반찬이래. 독특한 방식이다. 일행은 모두 분개했다. 그러나... 냉면은 꽤 맛있다. 너무나 성의 없어 보이지만 쫄깃쫄깃한 면과 매콤달콤한 양념의 조화가 훌륭하다. 실장님은 "조미료를 얼마나 절묘하게 쓰는가 하는 차이"라고 일침을 가했으나...

흥남집은 오장동 본점과 신림 직영점뿐, 오장동 흥남집